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어느 의사, 어느 병원을 찾을 것인가로 고민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대학병원이냐, 개인병원이냐로 고민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내과냐, 외과냐, 피부과냐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때 많은 환자들은 여러 가지 불편을 무릅쓰면서까지 큰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과연 큰병원만이 좋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큰 병원에 근무하는 나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개인병원에서 간이 나쁘다든지 방광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미덥지 않아서 특수한 정밀검사로 자세하고 확실한 것을 알려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인들이 질병이나 검사방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작은 병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병원을 이용하게 되면 항상 듣는 이야기로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를 경험하게 된다. 혹 어떤 경우에는 며칠에서 몇달까지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진료비에서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비율도 의원인 경우30%에 불과하지만, 병원(입원 병상수가20∼80개인 병원)은40%, 종합병원(입원 병상수가80개 이상인 병원)은55%를 내야만 한다. 그래도 큰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일전의 경험을 떠올린다. 내가 어느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아야 할 때가 되어 산전진찰과 분만할 곳을 찾다가, 산부인과에서 인기가 높은 모 교수님 앞으로 특진을 신청하였다. 우리 부부는 잔뜩 기대를 하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우선 환자가 너무 많았다 그 교수님은 레지던트가 환자와 먼저 면담해서 중요한 내용을 기록해 놓으면 두 개의 진찰실을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며 매우 형식적인 진찰을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해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평소에는 감기 환자까지 대학병원에 몰려들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이렇게 아수라장이라고 비판하던 내가 아내의 정상분만을 대학병원에서 하려고 했다는 점이 반성이 되었다. 심사숙고 끝에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기로 하였고, 편하고 만족스럽게 둘째 아이를 낳았다. 일반인이 병원을 찾는 문제의 대부분(질병의 발생빈도별로 따졌을 때 약90%)은 일차의료(종합병원 이하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나는 모든 우리 나라의 국민들이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병원의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를 상의드릴 것을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