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딸, 금사월’ 박세영 “연기보다 어려운 것이 ‘우결’이었다”
[위효선 기자] 박세영은 뜨거운 악녀다.
장르와 소재를 불문하고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착하고 정의로운 캐릭터가 응원을 받는다. 때문에 모든 에피소드의 접점이 되는 선한 캐릭터 옆에서 악역의 정당함을 외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단 몇 초의 ‘악!’ 소리로 주말 여유의 말미를 깨버리는 MBC ‘내 딸 금사월’ 속 못된 여자가 바로 박세영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겠냐만은 오혜상을 생각하는 박세영의 애정은 기준을 달리했다.
◆사랑, 그 대척점에 서다
오혜상에 대한 질문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지만, 일부러 피하기로 했다. 악역에 대한 압박이 드라마 촬영장 밖에서도 그를 짓누르고 있을 수도 있어서 무거운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화보 촬영 소감에 대해 물었다.
“오랜만에 화보 촬영을 해서 신이 났어요. 오늘 촬영이 시크하고 진지한 콘셉트였는데 중간에 계속 웃음이 나와서 참느라 힘들었어요(하하)”
첫 질문에 대답을 전하는 그는 예상을 깨고 굉장히 해맑았다. 이 틈을 타 오혜상은 어떤 사람이냐고 직구를 던졌고 박세영은 시원한 대답으로 안타를 쳤다. “오혜상은 일단 이름과 같이 예쁘고요. 삶의 목적이 뚜렷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열심히 살죠. 완벽주의자 같은 모습도 있어요. 미움을 받고 있는 현실과는 달리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만한 여자죠(웃음)”
‘내 딸 금사월’을 집필하고 있는 김순옥 작가의 역대 작품을 돌아보면 이유 없이 나쁜 악역은 없다.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김서형),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도 상처가 낳은 악역들이다. 박세영이 오혜상을 옹호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혜상은 막연한 질투보다는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난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정당한 보상을 원할 뿐인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실망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 단계 더 노력하죠”
그가 악역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베테랑 같은 연기력으로 오혜상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자신의 본모습이 담길 때도 종종 있는데 실제의 모습과 접점을 찾았을 때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탄생하곤 한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들 앞에서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 성격은 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일 적인 것에 관해서요. 평소 모습은 다른 부분이 더 많아요. 남들앞에서 소리를 질러 본 적도, 화를 내본 적도 별로 없고요. 이런 모습은 오혜상과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끝내고 나면 움츠려있었던 내면이 좀 시원시원해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봐요(웃음)”
‘내 딸 금사월’은 이제 반 정도를 지나고 있다. 엉켜있는 러브라인이 풀릴 기미는 아직이고 오혜상의 악행도 사그러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박세영이 직접 예상하는 혜상,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까?
“혜상이는 더 나빠질 거예요. 그 나름대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 같아요. 끝을 봐야 포기도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