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 허준호는 극중 형사로써 후배들의 빈틈을 채우기에 고군분투한다. 극중 베테랑 형사 문봉수는 '겉멋'만 가득한 영화를 그나마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해모수의 존재감처럼 살신성인(극중 문봉수는 마약조직에 의해 살해된다)의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전작 실미도(2003년 감독 강우석)와도 구분돼는 대목이다. 영화 전반을 주도했던 선배 안성기의 그늘이었을까? 설경구의 열연 덕분일까? 그의 역할은 극을 벗어나진 못했었다. 덩달아 그저 선한 평범한 조연으로 시종 머물렀다.
64년 생으로 악역 전문으로 한국영화사에 인상적 발자취를 남긴 아버지 허장강을 이은 2세대 배우인 허준호는 지난 86년 청춘영화 <블루 스케치>를 통해 데뷔한 이후 영화와 드라마 등 약 1백여편이 극에 출연했으며 뮤지컬과 MV 등에서도 다채로운 재능을 보여온 배우다.
주로 비중있는 조연에 머물며 모자란 주연의 뒤를 받쳐온 것도 그의 몫이 었다. 지난 2004년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 했으나 아직 그의 이력에 걸맞는 마땅한 수상내역은 갖고 있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한편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중천>의 마케팅의 핵심은 단연 허준호다. 이것은 관객들에게 남아있는 해모수의 여운을 되살리려는 제작사의 의도가 농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 배우 허준호의 원숙미와 존재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우리시대 배우다.
박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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